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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중고차 하자 ''판매자 책임 강화''에 일부 매매업계 반발

작성자 자동차뉴스작성일 2026-09-11조회 46

국토부 "판매자가 하자 책임지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 대전 매매업계 "영세업체 부담 커져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도"

 

 정부가 발표한 ''중고차 소비자 보호대책'' 추진 보도자료 내용(편집본).

 

정부가 중고차 소비자 보호를 위해 차량 하자에 대한 판매자의 책임을 대폭 강화하는 제도 개편에 나선 가운데, 일부 중고차 매매업계에서 책임과 비용 부담이 과도하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현재 성능·상태점검자가 가입하고 있는 ''성능보험''을 판매자가 가입하는 하자보증보험으로 통폐합하고, 중고차를 판매한 매매업자가 소비자에게 직접 하자보증 책임을 지도록 할 계획이다. 이는 물건을 판매한 사람이 상품의 하자를 책임진다는 민법상 원칙과 OECD 주요국 등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반면 대전지역 일부 중고차 매매업자들은 전문 성능점검자의 점검 오류에 따른 문제까지 판매자가 우선 책임지고 보험료까지 부담하게 되면 영세 매매업자의 경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늘어난 보험료와 차량 품질관리 비용이 결국 중고차 판매가격에 반영돼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한다.

정태종 대전광역시자동차매매사업조합 이사장은 지난달 31일 기자와 만나 "소비자를 보호하고 허위매물이나 사고·침수 이력 은폐를 근절해야 한다는 정부 정책 방향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성능점검자의 잘못까지 매매사업자가 모두 떠안는 방식은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현행 구조로 소비자 피해... 판매자가 직접 책임져야"

앞서 국토부는 지난 8월 6일 ''중고차 소비자 보호대책''을 발표했다. 국토부가 현행 제도를 손보는 가장 큰 이유는 중고차를 구입한 소비자가 차량에 하자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보상받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국토부에 따르면 중고차 관련 민원의 약 80%가 사고이력이나 엔진·미션 하자 누락 등 성능·상태점검기록부 부실과 관련돼 있다. 현행 제도에서는 판매자가 성능점검 결과를 이유로 점검자나 보험사에 책임을 넘기고, 보험사마다 보상기준도 달라 소비자가 판매자와 성능점검업체, 보험사를 오가며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문제가 발생해 왔다.

성능보험료 부담 문제도 정부가 제도 개선에 나선 배경이다. 2019년 성능보험 도입 이후 소비자에게 전가된 보험료는 5년 만에 2.2배 상승했고, 보험료 가운데 모집 수수료와 보험사 운영비 등을 포함한 사업비 비중은 약 44%에 달한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이에 정부는 기존 성능보험을 ''판매자 보험''으로 통폐합해 소비자가 차량을 구입한 매매업자에게 직접 수리를 요구할 수 있도록 책임구조를 단순화하기로 했다.

보증기간과 보장 항목도 확대한다. 구매 후 7일 이내 엔진 등 주요 장치에 하자가 발생하고, 수리비가 300만 원 이상이면서 매매가격의 30% 이상이거나 수리 기간이 30일 이상인 경우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태종 이사장 "성능점검자 잘못까지 판매자 책임은 과도"

 정태종 대전광역시자동차매매사업조합 이사장.


그러나 정태종 이사장은 소비자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을 판매자에게 부여하는 정부 방침 자체보다, 성능점검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와 그에 따른 비용 부담까지 매매업자에게 집중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정 이사장은 "매매업자는 전문 성능·상태점검자가 작성한 기록부를 토대로 소비자에게 차량 정보를 제공한다"며 "매매사업자가 사고나 침수 이력을 알고도 숨겼다면 당연히 매매사업자가 책임져야 하지만, 전문 점검자가 잘못 판단한 부분까지 판매자가 책임지는 것은 원인과 과실에 따른 책임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험료 부담도 결국 시장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이사장은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연식이 짧고 상태가 좋은 차량을 선별해 판매하고 자체 정비·관리 능력도 있지만, 영세 매매상사는 수백만 원짜리 노후 차량까지 취급한다"며 "보험료와 품질관리 비용이 크게 늘어나면 영세 매매업체가 이를 모두 자체적으로 감당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업자의 부담이 커지면 결국 일정 부분은 차량 판매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부담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토부 "점검자가 하자를 만든 것 아냐... 판매자 책임이 원칙"

이에 대해 국토부는 일부 매매업계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1일 국토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물건의 하자에 대해 판매자가 소비자에게 책임지는 것이 민법상의 기본 원칙이자 해외 주요국의 일반적인 제도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특히 성능점검자가 차량의 하자를 찾아내지 못했다고 해서 점검자가 차량의 하자 자체를 발생시킨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판매 당시 차량에 이미 100만 원 상당의 하자가 존재했다면 정확한 점검이 이뤄졌을 경우 판매자가 이를 수리한 뒤 판매하거나 하자를 감안해 가격을 결정했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점검자가 이를 발견하지 못한 책임과 차량 자체의 하자를 소비자에게 보증해야 하는 판매자의 책임은 구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소비자는 차량을 구입한 판매자에게 직접 보상을 요구하도록 하고, 성능점검자의 점검 잘못이 확인되면 판매자가 다시 점검자에게 별도의 책임을 묻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인 구조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아울러 정부 대책에는 성능점검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도 담겼다. 침수·사고 이력 등 중요항목에서 점검 오류가 발생하면 고의 여부와 관계없이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점검자가 고의·과실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매매업자에게 점검비의 최대 5배 범위에서 위약금을 지급하도록 할 방침이다.

보험료 부담 놓고도 시각차

보험료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정부와 일부 매매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정부는 판매자가 상품의 품질을 보증하기 위해 일정한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정상적인 상거래의 일부로 보고 있다. 신차 제조업체 역시 품질보증에 필요한 비용을 차량가격에 포함하지만 이를 부당한 소비자 전가로 보기는 어렵다는 논리다.

다만 정부는 보험료 자체가 과도하게 올라가지 않도록 보장 체계도 손볼 계획이다. 제조사의 보증이 남아 있는 부분은 중복 보증에서 제외하는 등 보험료 인하 방안을 별도의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하고, 보험사마다 다른 보장 기준도 표준화할 예정이다.

또 매매업자별 하자 발생률과 보험손해율 등을 공개하고, 차량 품질관리가 우수한 사업자는 보험료 부담을 낮추는 반면 하자 발생이 잦은 사업자는 더 높은 비용을 부담하도록 할인·할증 체계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인터넷에 중고차를 광고할 때 차량가격과 관리비, 보험료 등 소비자가 실제 지불해야 할 모든 비용을 합한 ''총액''을 표시하도록 의무화해 계약 단계에서 갑자기 추가 비용이 붙는 관행도 개선하기로 했다.

결국 이번 논란의 핵심은 소비자에게 하자보증 책임을 지는 주체를 판매자로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 그 과정에서 영세 매매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보험료와 품질관리 비용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소비자 보호를 강화한다는 정책의 취지와 방향에는 큰 이견이 없지만, 저가·노후 중고차를 주로 취급하는 영세 매매업자들에게 어느 정도의 비용과 책임을 부담시킬 것인지가 향후 세부 제도 설계 과정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한편 국토부는 이번 대책을 실행하기 위해 9월 중 자동차관리법 등 관련 법령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성능·상태점검과 보험 등 쟁점별 세부 방안은 별도 TF를 구성해 논의하고, 매매업계 등에서 추가로 제기되는 의견에 대해서도 토론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검토한다는 방침이다.